"최진행 도핑, 고의성 없다", 무지가 부른 사고
OSEN 이상학 기자
발행 2015.06.26 06: 02

KBO리그에 예기치 못한 금지약물 사태가 터졌다. 한화 외야수 최진행(30)이 지난 5월 받은 도핑 테스트 결과 경기기간 중 사용 금지약물 스타노조롤(stanozolol)이 검출된 것이다. 
KBO 반도핑위원회는 지난 25일 서울 모처에서 최진행의 소명을 듣고 규정에 의거해 30경기 출장정지 및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. 한화 구단에서도 2000만원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. KBO 반도핑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"최진행 선수에게 고의적으로 약을 먹었다는 증거는 없었다. 도핑 관련 교육의 부족이다. 도핑위원회도 책임이 있다"고 안타까워했다. 
▲ 고의성은 없었다

최진행은 지난 4월말 지인에게 단백질 보충제 프로틴을 선물로 받았다. 미국에서 구입한 이 제품에는 금지약물 성분 스타노조롤이 포함돼 있었지만, 최진행은 성분 표시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약을 3~4차례 집에서 복용했다. 뒤늦게 한화 구단 트레이너가 국내 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인 것을 알고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. 그 이후 약을 먹지 않았지만 5월초 도핑 테스트 결과 체내에서 스타노조롤이 검출됐다. 
스타노조롤은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일종이다 KBO 반도핑위원회 관계자는 "근육강화제로 수영선수 박태환이 먹은 성분과 똑같다.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약물이다. 1988년 올림픽에서 벤 존슨이 복용한 것으로 유명하다. 지금까지 사용될 만큼 효능이 좋은 약물이다"고 설명했다. 
반도핑위원회는 최진행 포함 50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했고, 그 결과가 지난주에 나왔다. 도핑위원회 관계자는 "도핑 테스트시 소변을 채취할 때 2개 샘플로 뽑는다. A샘플에서 이상이 나오면 선수와 구단에 연락이 간다. 최진행의 경우 2차 검사를 요구했고, 나머지 B샘플의 결과가 24일 나온 것이다. 또 양성 반응이었고, 25일 징계를 확정했다"고 밝혔다. 
금지약물인 줄 모르고 부주의로 문제의 프로틴을 복용한 최진행은 이렇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. 그렇기 때문에 1차 검사에서의 결과가 잘못된 것으로 보고, 2차 검사를 요구한 것이다. 결국 최진행은 25일 오전 1군 선수단을 떠나 서울 모처에서 소명의 자리를 가졌다. 이 자리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"고의적으로 약을 먹었다는 증거는 없었다. 자기 돈 주고 산 것도 아니고, 지인에게 선물받은 것이라고 한다. 그런 면에서 많이 안타까웠다"며 고의성은 의심하지 않았다. 
▲ 반도핑위원회도 반성
이 관계자는 "그동안 보충제와 관련 선수들에게 교육했다. 주의를 주고 교육도 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마음이 너무 아프고 울적하다. 선수들에게 징계를 주는 목적이 아닌 교육과 예방에 집중했다. 예방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터졌다. 특히 시즌이 중 스타노조롤 같은 약물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 아쉽다"며 안타까워했다. 나름대로 교육에 신경을 썼지만 조금 부족했고, 보다 철저한 관리·감독 필요성을 느꼈다. 
그는 "프로야구 인기가 꺾이면 안 되지만 금지약물이 나온 이상 원칙대로 처벌을 내려야 했다. 비록 징계는 줬지만 선수는 계속 운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"라며 "이번 일로 모든 선수들이 도핑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한다. 외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보충제는 복용해선 안 된다.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국내 보충제를 트레이너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"고 강조했다. 
마지막으로 그는 "반도핑 담당자로서 일말의 책임이 있다. 교육을 조금 더 잘했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상당한 책임감을 느낀다"며 선수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. 1~2년차 선수도 아니고 11년차 베테랑 선수가 부주의했다는 건 결국 도핑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고 무지했다는 것이다. '최진행 사태'를 통해 도핑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.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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